
두 가지 사실 모두 확인됐습니다. 앤트로픽 15억 달러 합의는 2026년 7월 20일 법원 최종 승인(Authors Guild 발표), 아마존은 기존 80억 달러에 더해 2026년 4월 5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고 최대 250억 달러까지 늘릴 수 있는 계약을 발표(TechCrunch, CNBC)했습니다. 이 확정 수치를 반영해 다듬은 최종 본문입니다.
희귀 고서 한 권의 배송을 추적하다가, AI 학습 데이터라는 토끼굴에 빠졌어요.
결론부터 말할게요. 아마존 AI 학습 데이터를 포함해, AI 기업들의 학습 데이터는 크게 세 갈래에서 와요. 웹 크롤링, 종이책 스캔, 그리고 자사 서비스에 쌓인 데이터. 이 중 요즘 가장 뜨거운 공급원이 뜻밖에도 종이책이에요. 앤트로픽은 실물 책 수백만 권을 사서 책등을 자르고 스캔했고, 해적판 도서 문제로는 저자들에게 15억 달러를 물어주기로 했어요(2026년 7월 법원 최종 승인). 아마존은 그 앤트로픽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회사고요.
그래서 제가 주문한 고서 한 권의 이야기가, 남 일이 아니게 됐어요.
목차
배송 조회에서 시작된 의문
절판된 지 오래된 고서를 해외 중고서점에서 어렵게 구했어요. 배송 추적을 매일 들여다봤는데, 경유지 하나가 이상했어요. 일반 물류 허브가 아니라 산업단지 쪽 주소가 찍혀 있었거든요. 그 주소를 검색해 보니 근처에 문서 디지털화, 그러니까 책 스캔을 대행하는 업체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더라고요.

물론 단순한 물류 경유였을 수 있어요. 제 책이 스캔 시설에 들렀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고요. 하지만 그 주소를 파고들다 알게 된 산업의 규모가 진짜 본론이에요. 지금 AI 기업들은 중개업자를 통해 중고책과 희귀서를 트럭 단위로 사들이고 있어요. Futurism 보도에 따르면 한 전문 서적상은 주간 판매량이 20권에서 수백 권으로, 그러니까 최소 5배 넘게 뛰었다고 해요. 도서 데이터 업체 ISBNdb는 1,000권에서 100만 권 단위 주문을 중개하고, 비밀유지계약까지 제공한다고 하고요.
읽히기 위한 책이 아니라, 학습되기 위한 책.
아마존 AI 학습 데이터, 세 갈래 공급망
아마존 계열 AI의 학습 데이터는 웹, 책, 자사 데이터라는 세 갈래로 정리돼요. 다만 정확히 해 둘 게 있어요. 아마존이 직접 고서를 사들여 스캔한다는 확인된 보도는 없어요. 확인된 사실은 이거예요. 아마존은 앤트로픽에 80억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2026년 4월에 50억 달러를 추가로 넣었어요. 조건이 채워지면 최대 250억 달러까지 늘어나는 계약이에요(CNBC 보도, 2026년 4월 기준). 그 대가로 앤트로픽은 10년간 1,000억 달러 이상을 AWS에 쓰기로 했고요. 학습 데이터의 세부 구성은 아마존을 포함해 대부분의 AI 기업이 공개하지 않아요.

사진 출처: assets.aboutamazon.com
공개된 사건들로 보면 공급원별 그림은 이래요.
| 공급원 | 공개된 사례 | 법적 상태 |
|---|---|---|
| 실물 책 매입·스캔 | 앤트로픽, 합법 구매한 책 수백만 권 절단·스캔 | 공정이용 인정 (2025년 6월 미국 판결) |
| 해적판 다운로드 | 앤트로픽, 해적 사이트에서 700만 권 이상 확보 | 불법 판단, 15억 달러 합의 |
| 해적판 데이터셋 | 메타, Books3(도서 196,640권) 사용 인정 | 저자들이 소송 제기 |
| 웹 크롤링 | Common Crawl 등 웹 아카이브 기반 | 각국에서 논쟁 진행 중 |
웹은 양이 많은 대신 품질이 들쭉날쭉해요. 반면 책은 편집자의 손을 거친 고밀도 텍스트예요.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인 거죠. 웹은 이미 다들 긁어 갔으니, 아직 디지털화되지 않은 종이 속 텍스트가 남은 금맥이 된 거예요.
책이 학습 데이터가 되는 과정
과정 자체는 공장 라인에 가까워요. 유압 절단기로 책등을 잘라 낱장으로 만들고, 고속 스캐너로 전 페이지를 찍은 뒤, OCR로 텍스트를 뽑아 정제하고 토큰으로 바꿔요. 원본 낱장은 폐지로 재활용되고요. 법원 기록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이 작업에는 ‘Project Panama’라는 이름까지 붙어 있었고, 책값과 물류·스캔에 수백만 달러가 넘게 들어갔어요.

여기서 희귀서와 절판본이 특히 위험해요. 어디에도 디지털본이 없는 책일수록 학습 데이터로서 가치가 높거든요. 그런데 남은 부수가 몇 권 안 되는 책이 스캔 한 번을 위해 분해되면, 그 판본은 물리적으로 사라져요. 데이터는 남고, 책은 없어지는 구조인 거예요.
15억 달러 합의가 그어 놓은 선
미국 법원이 그은 선은 명확해요. 합법적으로 구매한 책을 스캔해 학습에 쓰는 건 공정이용이고, 해적판을 내려받는 건 불법이에요. 2025년 6월 앨섭 판사의 판결이 이 기준을 세웠고, 해적판 700만여 권에 대해 앤트로픽은 작품당 약 3,000달러, 약 50만 작품, 합계 15억 달러를 배상하기로 했어요. 2026년 7월 20일 법원이 최종 승인한,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저작권 합의금이에요. 대상 작품과 절차는 미국 작가조합(Authors Guild) 안내에 정리돼 있어요.
역설이 하나 있어요. 이 판결이 해적판을 막는 대신, 실물 책 사재기를 합법 경로로 공인해 준 셈이 됐다는 점이에요. 사서 자르면 합법이니까요. 중고책과 고서 시장에 매입 수요가 몰리는 배경이 여기 있다고 봐요.
내 책, 내 글은 괜찮을까
블로그 글은 웹 크롤링의 기본 대상이고, 출간된 책은 이번 합의가 보호의 선례가 돼요. 각자 입장에서 지금 해 볼 수 있는 건 이 정도예요.
- 블로그 운영자: robots.txt에 GPTBot, CCBot, ClaudeBot 같은 AI 크롤러 차단 규칙을 넣을 수 있어요. 강제력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의사 표시는 돼요.
- 저자: 자기 책이 앤트로픽 합의 대상 목록에 있는지 작가조합 안내에서 확인해 보면 좋아요. 작품당 약 3,000달러가 걸린 일이니까요.
- 희귀서 소장자: 대량 매입 제안을 받으면 매입 목적이 소장인지 스캔인지 한 번 물어보는 편이 마음 편해요. 파는 것 자체는 자유지만, 마지막 남은 판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니까요.
- 서비스 이용자: 쓰는 AI 서비스의 약관에서 내 입력이 학습에 쓰이는지, 제외(옵트아웃) 설정이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제 책은 결국 무사히 도착했고, 지금 책장에 꽂혀 있어요.

하지만 같은 판본의 다른 몇 권은 지금쯤 낱장으로 분해돼 어느 데이터센터 안에 문장으로만 남아 있을지도 몰라요. 어떤 종이책의 마지막 독자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는 시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