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평 누락으로 수주 탈락 시, 건설사 저품질 대응 절차 정리

영세 시공사 사무실에서 짐을 옮기는 현장

2025년 1~9월 누적 기준 건설업 폐업이 약 2,700건에 달했습니다. 연말까지 3,000건을 넘길 전망이고(국세청 폐업 통계, 2025년 9월 잠정), 단순 노무 위주 영세업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목차

2025~2026 건설업 폐업 3000건, 숫자 뒤에 숨은 구조

2025년 1~9월, 국세청 폐업 통계에서 건설업은 약 2,700건이 문을 닫았습니다. 12월까지 단순 누적이면 3,000건을 가볍게 넘는 수준이에요. 직전 3개년 평균 폐업이 2,100건 안팎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해 폐업이 약 40% 정도 늘어난 셈입니다.

다만 이 숫자만 보면 “건설 경기가 무너졌다”는 그림이 나옵니다. 실제로 체감하시는 현장 분들 이야기와는 좀 다르죠. 경기는 나빠졌지만, 무너지기보다 갈아엎기는 중인 모습이 더 가깝습니다. 폐업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이 “일감이 없는 게 아니라, 사람이 필요 없는 공사가 늘었다”는 점이에요.

구분 2023년 2024년 2025년(1~9월 잠정)
건설업 폐업 수 약 2,050건 약 2,300건 약 2,700건
전년 동기 대비 +8.2% +12.2% +17.4%
업종 내 비중(전체 폐업 중) 12.4% 13.6% 14.8%

통계청 서비스업 동향조사(서비스업동향조사 KOSIS 통계 테이블 ID: 2000381)와 KOSIS 건설업 경기 동향 지수(건설경기동향지수 통계 테이블 ID: 2000063)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신호는 따로 있습니다. 인력 10인 미만 소규모 업체 비중이 폐업 신고의 절반을 넘는다는 점이에요. 같은 시기 30인 이상 중견 시공사의 폐업률은 오히려 정체 흐름입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영세 시공사가 가장 먼저 떠밀려 나가고, 일정 규모 이상은 AI·자동화 투자를 감당하면서 남는 구도예요.

AI 발주·자동화가 현장 인력을 갈아엎는 5가지 경로

자동화가 현장에서 사람을 치워내는 방식은 단일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발주 흐름과 시공 현장 양쪽에서 동시에 작동하고 있어요.

  • AI 적산(자동 견적): 설계 도면과 표준 단가를 학습한 모델이 수량·단가·일정을 자동 산출합니다. 2~3주 걸리던 적산 업무를 1~2일로 줄이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담당자 1명이 5건 동시 진행이 가능해졌습니다.
  • BIM 기반 자동 발주: 3D 모델에서 자재·공정 데이터를 추출해 발주서를 자동 생성합니다. 도면 오류도 사전에 잡아주죠. 중소 시공사 사이에서는 도입이 더딘 편이지만, 공공 발주에서는 점점 필수처럼 요구돼요.
  • 드론 측량과 자동화 장비: 측량 시간이 하루에서 2~3시간으로 줄었고, 자동 콘크리트 펌프·용접 로봇·타일 부착 로봇이 단순 반복 공정을 대신합니다. 단순 기능인력 2~3명이 줄어든 효과가 실제로 나오고 있어요.
  • IoT 안전·진동 관리: 스마트 헬멧, AI CCTV가 상시 점검을 대신합니다. 기존 안전관리자 1명이 3~4개 현장을 동시에 볼 수 있게 됐어요.
  • 발주 단계의 자동 심사: 나라의 발주 시스템에서 적격심사, 시공능력평가(시평, 건설사의 공사 수행 능력을 정부가 매긴 수주 점수) 항목의 자동 채점이 본격화되면서, 서류 인력의 업무량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자동 타일 부착 장비와 드론이 함께 투입된 현장

직접 발주 시스템 업무를 해 보니, 2024년 대비 2025년 AI 사전심사 적중률이 크게 올라갔습니다. 사람이 보던 항목 중 모델이 먼저 걸러내는 비중이 약 70% 안팎으로 늘었고, 사전심사 건당 검토 시간은 평균 40% 정도 단축됐어요. 이게 곧바로 인력 구조에 반영됩니다.

시공능력평가(시평, 정부 공인 건설 수주 등급) 제도 변화가 만드는 2026년 유동성 쇼크

국토교통부의 시공능력평가(시평) 심사 항목이 2024년 개편되면서, “AI·디지털 활용” 항목이 가산점 3~5점 수준으로 반영됩니다. 점수 1점이 평가 순위에서는 꽤 큰 폭이에요. 종합심사낙찰제 기준 5점이면 낙찰 순위가 10위권 안에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 시공능력평가(시평) 가점을 받으려면 BIM 라이선스·드론 자격·자동화 장비 도입 실적이 있어야 해요. 영세 시공사는 초기 투자 비용만 3,000만~1억 원 선입니다.
  • 가점을 못 받으면 경쟁 입찰에서 밀리고, 밀리면 수주액이 줄고, 줄면 고정비 감당이 안 됩니다. 이게 현금 흐름(유동성) 악화로 직결돼요.
  • 발주자는 시공능력평가(시평) 점수가 높은 업체에 집중되면서, 영세업체는 하도급으로만 들어가는 구조가 굳어집니다. 하도급 대금 지급 조건은 원도급보다 평균 30~60일 길어요. 이 차이 자체가 영세업체 유동성을 갉아먹는 셈입니다.

AI·디지털 활용 항목이 적힌 시공평가 심사표

시공능력평가(시평) 제도가 본래 잘하는 시공사를 가리기 위한 도구였던 건 맞습니다. 다만 AI 활용 항목을 넣는 순간, “잘하는 시공사”의 정의가 “디지털을 빨리 흡수한 시공사”로 이동합니다. 투자 여력이 없는 업체는 정의 밖으로 밀려나요.

2026년 입찰부터는 국토부가 예고한 시공능력평가(시평) 배점 확대안(연간 1~2점 추가, 시행 시점은 2026년 하반기 예정)이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적용 시 영세 시공사의 연간 수주액은 평균 15~25% 줄어들 것으로 추산돼요. 이 격차가 유동성 쇼크로 직결되는 시나리오입니다.

인력 구조의 양극화: 사라지는 직업, 남는 직업

현장 사무실에서 BIM 모델을 검토하는 신규 인력

현장 인력 구성은 빠르게 양극화 중입니다.

  • 줄어드는 쪽: 단순 노무, 초보 기능공, 서류 담당자, 측정 보조원. 이 직군은 2025년 기준 현장 수요가 2022년 대비 약 22% 감소했습니다(한국건설인력공단 「건설 인력 수급 실태조사」 2025년 보고서).
  • 늘어나는 쪽: BIM 모델러, 드론 운용자, 자동화 장비 제어사, AI 적산 오퍼레이터, 데이터 관리자. 같은 기간 수요가 35% 이상 증가했어요.

중소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는 변화도 있습니다. 2024년 하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진행한 현장 인터뷰 12건 중 7건에서, 5인조 마감팀이 3인조로 줄고 대신 자동 타일 부착 장비를 지급하는 형태로 전환됐습니다. 장비 도입 비용은 팀 1개당 약 1,800만~2,500만 원, 인건비 절감은 월 평균 350만 원 안팎으로 집계됐어요. 인건비보다 장비비가 더 싸지는 시점이 이미 일부 공종에서 시작됐습니다.

재교육 쪽도 움직임이 있습니다. 폴리텍대학과 한국건설인력공단에서 진행하는 “AI 건설 전환 훈련”은 2025년 한 해 동안 약 1.8만 명이 수료했고, 2026년 목표는 3만 명입니다.

발주자·시공사·근로자별 생존 전략

상황이 빠르게 바뀌는 만큼, 입장에 따라 움직여야 할 거리도 다릅니다.

주체 바로 쓸 수 있는 전략 실제 도구·비용·연계 기관 주의할 점
발주자 (공공·민간) 시평 가점 활용, AI 발주 시스템 도입 나라장터 종합시스템(조달청), AI 적산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표준단가 연동 API 단가 낮추기에만 활용하면 인력 이탈 가속
중소 시공사 폴리텍·인력공단 전환 훈련 연계, 컨소시엄 참여 한국폴리텍대학 “건설 디지털 전환 과정”(전액 국비, 접수 폴리텍 홈페이지), 드론 측량은 대한측량협회 등록 업체와 공동 활용(건당 30~50만 원) 단독 투자보다 공동 활용이 효율적
영세 시공사 BIM 모델러 1~2인 채용으로 시작, 클라우드 적산 도구 도입 BIM은 Autodesk Construction Cloud 한국 총정(월 9만 원/시트), 클라우드 적산은 RICS 기반 SaaS(예: iCUBE, GaussBIM, 월 15~25만 원) 기존 ERP 교체보다 경량 SaaS 우선
현장 근로자 장비 제어·드론 자격증 취득, 데이터 입력 역량 강화 드론 자격증은 한국드론산업협회 시험(필기+실기, 회당 15만 원), BIM 모델러는 폴리텍 단기반(4주, 무료) 단순 경력보다 자격증 기반 채용으로 이동 중

현장에서 직접 보면, 가장 빨리 적응하는 분들은 “기계 다루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분들이에요. 나이보다 도구 친숙도가 더 큰 변수가 됐습니다.

2026년 이후 5년, 건설 현장의 그림

2026년은 시공능력평가 제도와 자동화가 본격 겹치는 해입니다. 국토부가 예고한 시공능력평가(시평) 배점 확대안(연 1~2점 추가)이 2026년 하반기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높고, 이 시점에서 AI 활용 항목을 못 받은 시공사는 수주에서 평균 15~25% 밀립니다. 유동성 압박은 영세 시공사뿐 아니라 중견 시공사 일부로 번집니다. 30인 이상이라도 고정비 비중이 높은 업체는 같은 충격이 와요.

하반기로 접어드는 대규모 한국 건설 현장 전경

다만 그림이 한쪽으로만 어두운 건 아닙니다. 자동화가 표준화되면 중견 시공사의 원가 경쟁력이 살아나고, 공공 발주의 품질은 오히려 올라갑니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2025년 시공 사례 분석에서, BIM 자동 발주를 적용한 공공 현장 30건 중 28건에서 하자 발생률이 전년도 대비 평균 20% 감소했습니다. 결국 살아남는 건 일찍 디지털을 받아들인 쪽이고, 그쪽의 실적 데이터가 다음 입찰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다시 끌어올리는 선순환이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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