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이 올라온다는데, 이번 더위가 정말 끝나는 걸까요? 아니면 지나가고 나서 오히려 더 푹푹 찌는, 지난여름에도 겪었던 그 패턴일까요?
답부터 드릴게요. 제15호 태풍 찬홈(CHAN-HOM)은 우리나라에 상륙하지 않아요. 일본 열도 동쪽 해상을 따라 북상한 뒤 12일쯤 동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해지고, 남은 소용돌이만 동해로 들어오는 경로예요. 그래서 폭염은 ‘끝’이 아니라 ‘한 풀 꺾임’ 쪽에 가깝습니다. 다만 지역에 따라 체감이 꽤 갈릴 것 같아요. 동해안과 서쪽 내륙은 이번 주에 아예 다른 여름을 겪게 되거든요.
찬홈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 일본 뚫고 동해 진입 경로
찬홈은 한반도로 오는 태풍이 아니라 일본 동쪽을 스치고 동해로 빠지는 태풍이에요. 기상청 발표로는 9일 오전 3시 기준 도쿄 동남동쪽 약 1,150km 해상에서 시속 16km로 남서진하고 있었어요. 중심기압 994hPa, 최대풍속 초속 21m. 고속도로에서 창밖으로 손을 내밀었을 때 정도의 바람이니, 태풍치고 아주 센 편은 아니에요.
‘상륙’과 ‘동해 진입’을 구분해 두면 마음이 편해져요. 상륙은 태풍 중심이 육지로 들어와 강풍과 폭우를 직접 퍼붓는 상황이고, 동해 진입은 이미 힘이 빠진 저기압이 바다 위를 지나며 파도와 바람만 밀어 보내는 상황이에요. 이번은 후자입니다.

기상청이 9일 오후 3시에 발표한 예상 진로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이래요.
| 시점 | 찬홈(→열대저압부) 위치 | 세력 |
|---|---|---|
| 8월 9일 오후 3시 | 도쿄 남동쪽 약 1,070km 해상 | 994hPa, 초속 21m |
| 8월 10일 오후 3시 | 도쿄 동쪽 약 840km 해상 | 985hPa, 초속 27m |
| 8월 11일 오후 3시 | 도쿄 북동쪽 약 320km 통과 후 동해상으로 | — |
| 8월 12일 오후 3시 | 동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 | 996hPa, 초속 15m |
| 8월 13일 오후 3시 | 독도 남동쪽 약 110km 해상까지 접근 | — |
세력이 10일에 한 번 올라갔다가(985hPa) 이틀 만에 996hPa로 주저앉는 흐름이에요. 우리 쪽으로 올 무렵엔 이미 태풍이 아닌 셈이죠. 다만 진로에는 오차가 있어요. 태풍 예보는 하루에도 여러 번 갱신되고, 열대저압부로 약해진 뒤에는 경로 변동 폭이 더 커지는 편이거든요. 지금 시점의 그림으로 받아들이시면 좋겠어요(경북일보 보도).
이번 폭염, 정말 꺾이나 — 언제부터 어느 정도
폭염은 누그러지지만 해제되지는 않아요. 8월 10일 현재 전국 대부분에 폭염특보가 그대로 발효 중이고, 낮 최고기온은 27~34도, 최고체감온도는 33도 안팎으로 예보됐어요. 열대야도 이어지고 있고요. 11일 아침 최저기온은 19~25도, 낮 최고기온은 다시 27~34도입니다.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해져요. 8월 7일 입추에 경기 하남 덕풍동은 40.8도, 서울 노원구와 전남 광양은 40.2도를 찍었어요. 서울에서 40도가 관측된 건 2018년 이후 8년 만이었습니다(경기일보 보도). 그 40도대와 지금의 33~34도. 정점은 확실히 지났어요.

문제는 33도가 결코 시원한 숫자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폭염주의보 기준(체감 33도)에 그대로 걸치는 온도거든요. 95점에서 99점으로 올리는 게 어렵듯, 40도에서 34도로 내려오는 건 쉬워도 34도에서 30도 아래로 내려오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예요.
올여름이 유난했던 건 통계로도 남았어요. 6월 1일부터 8월 6일까지 전국 평균 열대야일수는 13.0일로 역대 최다, 폭염일수는 14.8일로 1973년 이후 같은 기간 기준 네 번째로 많았습니다. 밤이 안 식으니 낮 더위가 누적되는 구조였던 거죠. 그래서 이번 완화도 낮 기온보다 밤 기온에서 먼저 체감될 가능성이 있어요.
태풍이 지나가면 왜 서쪽이 더 더워질까 — 동풍과 푄
태풍이 동해로 빠질 때 서쪽이 더 더워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니라 지형 때문이에요.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뜨겁고 건조해지는 푄 현상 탓이거든요.

과정은 이래요. 북동풍이 수온 27~29도의 동해를 지나며 수증기를 잔뜩 머금어요. 태백산맥에 부딪혀 올라가면서 동해안에 비를 쏟아내고, 산맥을 넘어 내려올 때는 물기를 다 버린 채 압축되며 데워집니다. 8월 8일이 딱 그랬어요. 강원 동해안엔 시간당 8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는데, 같은 시각 대전은 36도, 서울·인천·광주·대구는 35도까지 올랐어요. 한쪽은 호우특보, 한쪽은 폭염특보. 이 대비가 올여름 서쪽 폭염의 정체예요(서울신문 분석).
찬홈이 동해로 들어오면 동풍 성분은 한동안 유지될 여지가 있어요. “태풍 오니까 시원해지겠지” 하고 기대했다가 수도권과 충청에서 되레 답답함을 느끼실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반대로 강원 영동은 같은 시간에 긴팔을 찾게 되고요.
우리 동네는 어떤가 — 동해안·영남 vs 수도권·서쪽
- 강원 영동·경북 북부 동해안: 비와 바람이 실제로 오는 지역이에요. 10일 아침까지 5mm 안팎의 비가 이어졌고, 주 중반 한 차례 더 강한 바람과 물결이 예상돼요.
- 경북 동해안(포항·경주·영덕·울진): 13일 동해남부해상 물결이 1.0~3.0m로 예보됐어요. 3m면 성인 키의 두 배 가까운 파도예요. 다만 13일 대구·경북 강수확률은 30%로, 육상 비 예보는 아직 뚜렷하지 않아요.
- 제주와 남해안: 순간풍속 초속 20m 이상(제주 산지 25m)의 강한 바람이 불고, 해안으로 강한 너울이 들어와요.
- 수도권·충청·호남 내륙: 비는 거의 없고 폭염특보가 유지돼요. 푄이 걸리면 기온이 더 오를 여지도 있고요.
야외 일정은 이 기준으로 나눠 보시면 편해요. 해안·해상 일정은 조정을 한 번 고민해 볼 만하고, 내륙 일정은 비보다 더위 대비가 먼저예요. 너울은 파도가 잔잔해 보이다가 갑자기 한 번씩 크게 들이치는 게 특징이라, 방파제와 갯바위가 특히 위험해요.
진로가 바뀌면 어디서 확인하나
1차 출처만 보시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해요.
- 기상청 태풍통보문 — 위치·기압·풍속 원문. 근접할수록 갱신 주기가 짧아져요.
- 기상청 특보 현황 — 폭염·풍랑·강풍 특보를 한 화면에서 봐요.
- 국민재난안전포털 — 재난문자와 행동요령을 함께 확인해요.
포털 날씨 위젯은 갱신이 한 박자 늦을 때가 있어요. 해안가 일정을 앞두고 계시면 출발 직전에 원본을 한 번 더 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나가기 전에 훑어볼 것
- 동해안·남해안 물놀이와 낚시 일정은 12~13일 구간을 다시 확인해 보세요.
- 방파제·갯바위 접근은 파도가 잔잔해 보여도 피하시는 편이 좋아요.
- 서쪽 내륙은 비 대비보다 열대야·탈수 대비가 먼저예요. 밤 최저기온부터 확인해 보세요.
- 베란다 화분과 실외기 주변 물건은 주 중반 강풍 전에 정리해 두면 마음이 편해요.
- 진로 변경은 하루 한 번, 기상청 통보문으로 확인하는 정도면 충분해요.

40도에서 34도로 내려온 것만으로도 몸은 확실히 달라진 걸 느껴요. 다만 이번 더위를 흔든 건 태풍 자체가 아니라, 태풍이 밀어 보낸 바람의 방향이에요.
그 바람이 어느 쪽에서 불어오느냐에 따라, 같은 나라 안에서도 누군가는 이불을 덮고 누군가는 에어컨을 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