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실적 발표에 왜 마르크스가 등장했을까

Alex Karp

출처: Benamischarfstein /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2026년 8월 3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팔란티어가 2분기 실적을 내놨어요. 매출 19억 4,000만 달러, 전년 동기 대비 93% 성장. 시장 예상치를 1억 달러 넘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였죠. 그런데 다음 날 헤드라인을 차지한 건 숫자가 아니었어요. 알렉스 카프 CEO가 주주서한에 쓴 단어 하나, ‘마르크스주의’였어요.

실적 발표 자리에 웬 마르크스인가 싶으실 거예요. 결론부터 말하면, LLM(거대 언어모델)을 파는 AI 기업들이 고객사의 ‘생산수단’을 가로채고 있다는 비판이에요. 정치 이야기가 아니라 AI 업계의 영업 구조를 겨냥한 말이죠. 실적 수치부터 발언의 맥락까지 차례로 풀어볼게요.

결론부터 세 줄

  • 팔란티어의 2026년 2분기 매출은 19억 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3% 늘며 시장 예상치 18억 1,200만 달러를 크게 웃돌았어요.
  •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는 실적 주주서한에 “LLM을 만드는 이들 다수가, 알든 모르든, 파트너의 생산수단을 장악하려 한다”고 썼어요.
  • 카프 발언의 본질은 정치가 아니라 영업 구조 비판이에요. 고객 데이터를 흡수하는 AI 랩과, 데이터 통제권을 고객에게 남긴다는 팔란티어를 대비시키는 메시지죠.

팔란티어 실적 발표, 어디가 서프라이즈였을까요?

숫자만 보면 흠잡을 데가 없는 분기였어요. 매출·이익·가이던스 세 박자가 전부 예상치 위에 있었거든요. 이번 발표 전까지 8개 분기 연속으로 예상치를 웃돌았는데, 이번에도 그 기록이 이어졌어요.

Palantir headquarters

항목 시장 예상치 실제 발표치
매출 18억 1,200만 달러 19억 4,000만 달러 (+93%)
조정 EPS 0.34~0.35달러 0.41달러
미국 상업 부문 매출 7억 6,400만 달러 (+149%)
2026년 연간 매출 가이던스 81억 5,000만~81억 6,000만 달러 (+82%)

특히 눈여겨볼 건 미국 상업 부문이에요. 149% 성장은 ‘정부 계약 회사’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는 숫자예요. 분기 순이익은 11억 달러였는데, 1년 전 같은 분기의 총매출보다 큰 금액이죠. 1년 만에 이익이 과거의 매출을 넘어선 셈이에요.

가이던스도 통째로 올렸어요. 3분기 매출은 21억 6,000만 달러 수준, 연간 조정 잉여현금흐름은 45억~47억 달러를 제시했고요. 연 매출 80억 달러대 회사가 82% 성장을 말하는 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보기 드문 일이에요. 실적 원문은 팔란티어 2분기 발표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CEO가 말한 ‘마르크스주의’는 무슨 뜻일까요?

문제의 문장은 주주서한에 있어요. “우리 사업에는 마르크스주의적 함의가 깔려 있다. LLM을 만드는 이들을 포함한 다른 회사들은, 알든 모르든, 파트너의 생산수단을 장악하려 한다“는 내용이에요(테크크런치 보도).

풀어 보면 이런 이야기예요. 기업이 AI 랩의 모델을 토큰 단위로 사서 쓰는 동안, 그 기업의 노하우와 데이터가 모델 쪽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거죠. 카프는 어닝콜에서 더 직설적으로 말했어요. “당신은 당신의 IP와 노하우와 전문성이 그들의 모델로 이전될 권리에 돈을 내고 있다. 그들이 당신의 회사도 직원도 필요 없는 경쟁 사업을 만들 수 있도록”이라고요.

고객 데이터가 AI 모델로 빨려 들어가는 구조

그러니까 ‘마르크스주의’는 AI 랩을 사회주의자라고 부른 게 아니에요. 오히려 반대예요. 생산수단을 한곳에 모으는 행태가, 마르크스가 비판했던 19세기 자본가들을 닮았다는 역설적 비유죠. 카프가 프랑크푸르트 괴테대에서 사회이론 박사를 받은 사람이라는 걸 알면, 단어 선택이 우연이 아니라는 게 보여요.

개발자 입장에서 이 지적이 완전히 남 얘기 같지는 않았어요. 저도 LLM API로 이것저것 만들면서, 우리 도메인 지식이 프롬프트에 담겨 모델사 서버로 넘어가는 걸 볼 때마다 비슷한 찜찜함이 있었거든요. 다만 주요 AI 랩들은 API로 들어온 데이터를 기본적으로 학습에 쓰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어요. 카프의 표현이 과장이라는 반론도 그래서 성립해요.

왜 하필 실적 발표 자리에서 그런 말을 했나

카프에게 어닝콜은 원래 철학 강연장에 가까워요. 실적 발표 때마다 공매도 세력을 조롱하고, 실리콘밸리를 비판하고, 자기 책 ‘기술 공화국(The Technological Republic)’의 논지를 반복해 왔죠. 2026년 7월 인터뷰에서도 AI 업계 영업 방식을 두고 “완전히 미쳤다”는 수위의 표현을 썼고요.

Alex Karp speech

이번 발언도 그 연장선인데, 타이밍이 절묘했다고 봐요. 실적이 나쁠 때 하면 변명으로 들릴 말이, 93% 성장 직후에 하면 선언이 되거든요. 저는 이걸 소음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체성 마케팅이라고 봐요. ‘모델 파는 회사들과 우리는 다르다’는 구분선을, 가장 주목받는 순간에 긋는 거죠.

팔란티어의 제품 논리도 이 구분선 위에 있어요. 특정 모델에 종속되지 않는 구조를 쓰고, 프롬프트·오케스트레이션 같은 AI 부산물의 통제권을 고객에게 남긴다는 게 회사의 공식 설명이에요. 철학처럼 들리지만, 뜯어보면 영업 전략인 셈이죠.

주가와 밸류에이션, 시장 반응은 어땠나

시장 반응은 의외로 차분했어요. 옵션 시장은 발표 전 12% 안팎의 변동을 대비하고 있었는데, 정작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2% 정도 오르는 데 그쳤어요. 93% 성장에 가이던스 상향까지 나온 것치고는 미지근하죠.

배경에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어요. 팔란티어 주가는 발표 전 123달러 선으로, 작년 11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207.52달러에서 약 40% 내려온 상태였어요. 그런데도 포워드 PER은 집계 기준에 따라 67~90배 수준이에요. 엔비디아가 20배대라는 걸 떠올리면, 성장이 아무리 좋아도 싸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자리죠.

40% 조정에도 여전히 비싸다는 것. 지금 팔란티어를 둘러싼 논쟁은 이 한 줄로 요약돼요. 예상치를 넘는 건 이미 2년 넘게 반복된 일이라, 시장의 질문은 ‘얼마나 넘었냐’가 아니라 ‘이 성장이 몇 년 더 가느냐’로 옮겨가 있어요.

투자자 입장에서 지금 체크할 것

저라면 이번 실적 발표에서 네 가지만 기억해 두겠어요. 다음 분기에 이 축들이 꺾이는지가 관전 포인트거든요.

  • 미국 상업 부문 성장률 149%가 유지되는지 — 정부 의존도를 줄이는 핵심 축이에요.
  • 연간 가이던스 82% 성장이 다음 분기에 또 상향되는지 — 팔란티어는 분기마다 상향을 반복해 왔어요.
  • 포워드 PER 67~90배를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 — 성장 둔화가 확인되는 순간 조정 폭이 커지는 구간이에요.
  • CEO 발언 리스크를 변동성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 카프의 화법은 팬과 안티를 동시에 만들어요.

물론 이 체크리스트의 답은 투자 성향에 따라 다를 거예요. 성장률을 믿는 분과 밸류에이션을 중시하는 분의 결론이 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이 글은 2026년 8월 4일 기준 정보이고,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에요.)

숫자는 하루면 잊히지만 말은 오래 남아요. 이번 팔란티어 실적 발표에서 시장이 기억할 것도, 어쩌면 93%라는 숫자보다 ‘마르크스주의’라는 단어일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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