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밤사이 미국장을 따라 급반등한 반도체 종목 화면”
7월 30일 오전 10시쯤, 코스피 지수판은 5,976.82를 가리키고 있었어요. 전날 대비 +5.54%. 반등이 시작됐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날 장이 끝났을 때 지수는 5,593.56, -1.23%였어요. 올랐던 폭을 하루 안에 통째로 반납한 화면이었습니다.
그 다음 날인 7월 31일 아침, 국내 반도체주는 반대 방향으로 열렸어요. 밤사이 뉴욕에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8.19% 뛴 뒤였거든요.
똑같은 종목이 사흘 사이에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를 양방향으로 다 겪었습니다. 실적이 하루아침에 바뀐 것도 아닌데요.
결론부터 세 줄
- 7월 30일(현지) 뉴욕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8.19% 급등하며 국내 반도체주 반등의 선행 신호가 됐습니다.
- 4배 레버리지로 AI 메모리주를 담았던 헤지펀드 Situational Awareness가 7월 30일 공개주식 포트폴리오 전량을 시타델(Citadel)에 매각하면서, 시장을 짓누르던 강제 매도 물량이 정리됐습니다.
-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89조 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고, 7월 코스피 -28.9%는 실적이 아니라 레버리지가 만든 하락이었습니다.
오늘 반도체 급등의 직접 원인
오늘 반도체 종목이 강한 이유는 밤사이 미국장에서 이미 결정돼 있었어요. 7월 30일 현지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가 몰아서 올랐습니다.

출처: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1934 /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 사진설명: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8.19% 급등을 만든 뉴욕 증시 현장”
| 지표 | 7/30(현지) 등락 |
|---|---|
|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 +8.19% (11,302.99) |
| 나스닥 | +2.78% (25,122.18) |
| 샌디스크 | +25.99% |
| 마이크론 | +18.36% |
| SK하이닉스 ADR | +17.52% |
| AMD | +13% |
| 인텔 | +11.30% |
눈여겨볼 조합이 있어요. 가장 많이 오른 샌디스크(+25.99%)와 마이크론(+18.36%)은, 뒤에서 이야기할 그 헤지펀드가 4배 레버리지로 롱을 잡고 있다가 마진콜을 맞은 바로 그 종목들입니다. 팔던 손이 사라지자 가장 크게 튀어 오른 거예요.
SK하이닉스 ADR(미국 상장 주식예탁증서)은 공모가 149달러를 다시 넘어섰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FY26 4분기 조정 EPS 4.74달러, 매출 900억 1,000만 달러를 내놓으며 AI 관련주 전반에 불을 붙인 것도 같은 날이었어요.
다만 7월 31일 국내 종가는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기사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장초반 급등과 사이드카 발동을 전하는 기록은 있지만 1차 언론 확정치가 아니라서, 여기서는 수치를 적지 않겠습니다.
나흘간의 낙폭 기록
반등 얘기를 하려면 무엇이 무너졌는지부터 봐야 해요.
- 7월 28일 — 코스피 6,023.66. 하루에 732.09포인트, -10.84%. 역대 두 번째 낙폭이고 서킷브레이커(전체 매매 일시정지)가 걸렸습니다. 외국인 순매도만 5조 974억원.
- 7월 29일 — 5,663.24, -5.98%. 월간 하락률 역대 1위 기록.
- 7월 30일 — 5,593.56, -1.23%. 장중 +5.54%까지 갔다가 반납.
| 사진설명: “서킷브레이커까지 걸렸던 7월 28일 코스피 폭락 현장”
7월 1일부터 29일까지 코스피는 28.9% 빠졌어요. 같은 달 미국이 약 -6%, 일본이 -13%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국만 유독 깊게 팬 셈입니다. 올해 코스피 사이드카는 43회, 서킷브레이커는 9회 발동됐어요. 제도적 안전장치가 이 정도로 자주 울린 해는 흔치 않습니다.
미국이 -6% 빠질 때 한국이 -28.9% 빠졌다는 비대칭이 이 사건의 성격을 요약합니다. AI 업황이 꺾였다면 미국이 먼저, 더 크게 빠졌어야 해요. 순서가 반대였다는 건 문제가 업황이 아니라 특정 포지션에 있었다는 뜻입니다.
25세 운용역과 4배 레버리지
이번 사태의 진원에는 레오폴드 아셴브레너(Leopold Aschenbrenner)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2001~2002년생, 컬럼비아대를 2021년 수석 졸업하고 2023년 OpenAI Superalignment 팀에 들어갔다가 2024년 4월 정보 유출 혐의로 해고된 인물이에요(본인은 부인). 같은 해 헤지펀드 Situational Awareness를 세웁니다.
| 사진설명: “4배 레버리지 포지션이 무너진 아셴브레너의 자리”
IBTimes는 그를 “전문 투자 경력이 없는 전 OpenAI 연구원”이라고 표현했어요. 그런데 성적은 압도적이었습니다. 2026년 6월 말까지 수수료를 뺀 순수익이 439%. 콜리슨 형제, 대니얼 그로스, 냇 프리드먼 같은 후원자 명단도 따라붙었고요. 이 성적표가 다음 단계의 레버리지를 정당화해준 셈이에요.
문제는 방식이었습니다. 최대 4배 레버리지로 Nebius·샌디스크·마이크론·CoreWeave를 롱(매수)으로 잡고, 어도비 같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를 숏(공매도)으로 잡은 구조였어요. “AI 인프라는 오르고 기존 소프트웨어는 밀린다”는 한 문장짜리 뷰에 자산 전체를 태운 겁니다. 방향이 맞으면 수익률이 네 배로 찍히지만, 틀리면 손실도 네 배예요.
7월에 롱 종목들이 각각 35% 넘게 빠지자 골드만삭스·JP모건에서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들어왔습니다. 4배 레버리지에서 25%만 빠져도 자기자본은 이론상 전부 사라져요. 35%는 그 선을 한참 넘긴 숫자입니다. 그리고 7월 30일, 공개주식 포트폴리오를 통째로 시타델에 넘겼어요.
여기서 한 가지는 정확히 짚어두는 게 좋습니다. 파산이 아니라 블록 매각이에요. 청산 뒤에도 운용자산 약 100억 달러가 남았고, Anthropic 같은 비상장 포지션은 그대로입니다. 펀드가 사라진 게 아니라 반토막이 난 거죠.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펀드가 죽었으니 이제 끝”이라는 식의 안도가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에요. 남은 자산은 여전히 움직입니다.
경력 0년차의 천재가 무너진 이야기로 읽히기 쉽지만, 저는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트랙레코드가 없는 20대 운용역에게 프라임브로커(헤지펀드에 자금·대차를 붙여주는 증권사 부서)가 4배 레버리지를 붙여준 구조가 진짜 사건입니다. 골드만삭스 프라임브로커리지 장부의 약 16%가 AI 메모리주에 직접 노출돼 있었다는 수치가 전이 경로를 그대로 보여줘요. 펀드 하나가 무너지면 그 손실은 펀드 안에서 끝나지 않고, 같은 장부에 얹혀 있던 다른 포지션까지 함께 정리시킵니다. 서울에서 삼성전자를 팔게 만든 힘이 여기서 나왔어요.
CXMT 466%와 순환금융 의혹
7월 마지막 주 급락의 방아쇠는 중국이었습니다. 중국 D램 4위 업체 CXMT(창신메모리)가 상하이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466% 폭등했어요. 시장이 놀란 건 주가가 아니라 그 돈으로 지을 공장이었습니다. 월 24만 장 수준으로 추정되던 D램 생산능력이 월 60만 장 이상으로 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투매가 몰렸어요. 중국의 DUV(심자외선) 노광장비 양산 착수 소식으로 ASML이 5.8% 빠진 것도 같은 주였고요.
| 사진설명: “D램 증설 우려를 키운 중국 CXMT의 생산 라인”
여기서 구분해둘 게 하나 있습니다. CXMT의 증설은 DDR4·DDR5 같은 범용 D램 라인을 압박하는 얘기지, HBM4 같은 AI 전용 고대역폭 메모리 경쟁과는 층이 달라요. 7월 28일 시장은 둘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팔았고, 30일 이후엔 또 구분하지 않고 함께 샀습니다. 급락과 급등이 같은 무차별성에서 나온 거예요.
두 번째 방아쇠는 엔비디아를 둘러싼 순환금융 의혹이었습니다. 규모가 7,500억 달러 이상으로 거론됐어요. 엔비디아의 OpenAI 2,500억 달러 투자 논의, OpenAI의 3,500억 달러 칩 구매에 대한 금융 지원 협상, SK그룹과의 5,000억 달러 2GW 데이터센터 파트너십이 한 묶음으로 도마에 올랐습니다. 칩을 파는 회사가 살 회사에 돈을 대주면, 그 매출이 진짜 수요인지 회계 순환인지 구분이 흐려져요. 엔비디아는 7월 27일 약 5% 내리며 시총 1위를 애플에 내줬습니다.
실적과 주가의 역방향
가장 이상한 대목은 실적입니다. 삼성전자 2분기 매출 171조 5,000억원, 영업이익 89조 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어요(삼성전자 뉴스룸). DS부문만 떼면 매출 127조 5,000억, 영업이익 89조 2,000억. 이익률 70%입니다. 100원어치 팔아 70원이 남았다는 뜻이에요.
| 사진설명: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삼성전자 메모리 제품”
실적은 최고치인데 주가는 한 달 만에 30% 가까이 빠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하락은 업황 문제가 아니라 포지션 문제라고 보는 편이 앞뒤가 맞아요.
근거가 하나 더 있습니다. 6월 22일 고점 대비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28.6% 빠지는 동안, 모건스탠리 모멘텀 TMT 지수는 -53.5% 빠졌어요. 오르는 것을 따라 사는 전략 지수가 반도체 지수보다 두 배 가까이 무너졌다는 건, 팔린 이유가 반도체가 나빠서가 아니라 같은 자리에 너무 많이 몰려 있어서였다는 얘기입니다. 같은 종목을 같은 논리로 산 사람들이 같은 날 동시에 팔아야 했던 거예요.
7월 30일엔 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 보통주 3,620주, 약 47억 7,116만원어치를 장내 매수했습니다. 취임 이래 첫 장내 매수였고 당일 종가는 131만 8,000원이었어요. 금액 자체가 수급을 돌릴 규모는 아니니, 심리적 신호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반대매매 596%와 7월 31일 규제
개인 투자자 쪽 숫자는 담담하게 보기 어렵습니다.
- 반대매매 규모: 1월 565억 732만원 → 6월 3,935억 1,128만원 (+596%)
- 연령대별 6월 반대매매: 50대 1,420억, 40대 1,028억, 60대 678억, 30대 523억
- 70대 이상: 18억 3,153만원 → 163억 1,507만원 (+791%, 증가율 1위)
- 7월 29일 하루 반대매매 611억 3,000만원 (직전 거래일 138억 9,000만원 대비 +340%)
-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 1.3% → 5.0%
- 신용거래융자 잔고 32조 9,950억원
연령대 표에서 50대가 1위라는 점이 걸립니다. 은퇴를 앞두고 회복할 시간이 가장 적은 구간이에요. 증가율 1위가 70대 이상(+791%)이라는 것도 같은 방향의 이야기고요.
7월 30일 장면이 특히 아팠습니다. 그날 외국인은 1조 3,252억원, 기관은 744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지수는 마이너스로 끝났어요. 개인 매도가 그 매수를 눌렀거든요. 다만 그 매도 가운데 반대매매 같은 비자발적 물량이 얼마인지 계량한 자료는 없습니다. 믿음이 없어서 팔았다기보다 팔 수밖에 없는 계좌가 많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비율을 단정할 근거는 아직 없어요.
| 사진설명: “반대매매 통보를 확인하는 개인 투자자의 손”
구조를 보면 반복되는 패턴이 하나 있습니다. 4배 레버리지 헤지펀드의 마진콜과 개인 신용계좌의 반대매매는 규모만 다를 뿐 같은 메커니즘이에요. 빌려서 산 사람은 가격이 떨어질 때 팔지 말지를 스스로 정하지 못합니다. 그 결정은 증거금 비율이 대신 내려요.
그리고 7월 31일부터 규제가 시행됐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기본예탁금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오르고, 계좌별 투자 비중을 총 투자금액의 20% 이내로 관리해요(파이낸셜뉴스). 추가 검토안으로는 레버리지 배율 조정, 일반투자자 신규매수 금지(전문투자자 한정), 모의거래 의무화가 올라 있습니다. 하필 반등이 시작된 날 규제가 걸린 셈이라, 신용을 쓰던 계좌 입장에서는 타이밍이 야속했을 거예요.
확인된 것, 아직 모르는 것
확실한 사실과 아직 해석인 것을 갈라두면 판단이 편해집니다.
확인된 사실
- 7월 28~30일 코스피 하락 폭과 서킷브레이커 발동
- 아셴브레너 펀드의 4배 레버리지, 마진콜, 7월 30일 시타델 매각
- 7월 30일 뉴욕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8.19%, SK하이닉스 ADR +17.52%
-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89조 5,000억원
- 7월 31일 레버리지 ETF 예탁금 상향 시행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
- “청산이 끝나서 오늘 급등했다”는 인과. 시간 순서는 맞지만 언론이 인과로 확정한 바는 없어요.
- 아셴브레너 펀드가 청산 시점에 SK하이닉스를 실제로 들고 있었는지 여부
- 7월 31일 코스피 종가와 등락률
- 개인 매도 물량 중 강제청산 비중
앞으로를 볼 때 기준선 하나는 잡아두면 좋겠어요. AI 관련 실적을 볼 때 실사용 매출(최종 사용자가 결제한 돈)과 벤더 파이낸싱 매출(칩을 파는 쪽이 돈을 대주고 다시 받은 돈)을 나눠 보는 습관이요. 순환금융 논란이 남긴 건 결국 이 구분입니다. 강제 매도 물량이 정리된 자리에서 다음 방향을 정하는 건 실적 쪽이지, 레버리지 쪽이 아니거든요.
분기 실적은 역대 최대를 찍었고, 주가는 한 달 만에 30% 가까이 사라졌던 7월이었습니다. 그 사이에 벌어진 일은 전부 누가 얼마를 빌려 샀느냐의 문제였어요.
숫자는 남고, 레버리지는 지나갑니다.
참고 출처
- CNBC — Aschenbrenner hedge fund AI losses
- IBTimes — OpenAI veteran hedge fund unwinds
- Bloomberg — Situational Awareness assets fall to $10B
- 한국경제 — 7/28 코스피 6,023.66, -10.84%
- 파이낸셜뉴스 — 7/30 코스피 장중 급등 후 반납
- 머니투데이 — 창신메모리 상장 첫날 폭등
- 이투데이 — CXMT 쇼크와 국내 반도체 급락
- 이투데이 — 7/30 뉴욕증시 반도체 급등
- 글로벌이코노믹 — 엔비디아 순환금융 논란
- 한국일보 — 반대매매 340% 급증, 신용융자 33조
- 헤럴드경제 — 반대매매 반년새 596% 급증
- 파이낸셜뉴스 — 레버리지 ETF 예탁금 3,000만원 7/31 시행
- ZDNet Korea — 최태원 회장 SK하이닉스 첫 장내 매수
- 뉴데일리 — SK하이닉스 ADR +17.52%
- 삼성전자 뉴스룸 — 2026년 2분기 실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