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SMR 다음도 한국일까, 미국 개발사들 시선이 쏠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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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의 SMR(소형모듈원전) 핵심 기기 제조는 한국이 맡는다. 2026년 8월 13일 빌 게이츠가 테라파워(TerraPower) 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방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을 잇달아 만났고, 그 결과 원자로 주기기 제작을 한국 기업이 담당하는 공급망 협력이 확정됐다. 이유는 명확하다. 테라파워는 설계 도면은 있지만 2030년 기한 안에 원자로 기기를 실제로 만들 공장이 미국에 없고, 한국에는 있다. 설계는 미국, 제조는 한국. 이 분업이 ‘빌게이츠 SMR 한국 공급망’ 뉴스의 실체다.
목차
- 빌 게이츠가 세운 테라파워, 지금 뭘 짓고 있나
- 왜 하필 한국 공급망이었을까
- 어떤 한국 기업들이 얽혀 있나
- SMR에 시선이 쏠리는 진짜 이유 — AI 데이터센터
- 그래서 언제쯤 현실이 되나
- 핵심 체크리스트
빌 게이츠가 세운 테라파워, 지금 뭘 짓고 있나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차세대 원전 회사이며, 현재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Kemmerer)의 폐광촌에 첫 원자로 ‘나트륨(Natrium)’을 건설 중이다. 2026년 3월 4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건설허가를 받았고, 4월 23일 본공사에 들어갔다. 비경수형 상업용 원자로가 NRC 건설허가를 받은 것은 40여 년 만에 처음이다. 미 에너지부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https://www.energy.gov/ne/articles/nrc-issues-construction-permit-terrapowers-natrium-advanced-rea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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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륨 원자로는 345MW급 소듐냉각고속로에 용융염 저장 탱크를 결합해, 전력 수요가 몰릴 때 5시간 반 넘게 출력을 500MW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원자로에 배터리를 내장한 구조인 셈이며, 500MW는 약 40만 가구가 쓰는 전력량이다.
SMR이 대형 원전과 다른 핵심은 ‘현장 시공’이 아니라 ‘공장 모듈 생산’이라는 점이다. 현장에서 10년씩 조립하는 대신 공장에서 만든 모듈을 가져와 붙이는 방식이라, 결국 경쟁력은 설계가 아니라 제조 역량에서 갈린다.
왜 하필 한국 공급망이었을까
지금 지구에서 원자로 주기기를 납기 안에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손에 꼽히며, 한국이 그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 사고 이후 수십 년간 신규 원전 건설이 거의 끊기면서, 설계 인력은 남았지만 대형 주단조와 압력용기를 만들던 제조 생태계는 그 사이 말라버렸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에도 국내와 UAE 바라카에서 원전을 계속 지으며 제조 라인과 숙련공을 지켰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심형진 교수도 테라파워뿐 아니라 미국 SMR 개발사들이 한국 공급망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제조·건설 역량과 프로젝트 관리 경험을 한국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자본 관계도 이미 깔려 있었다. SK이노베이션과 SK㈜는 2022년 테라파워에 2억 5,000만 달러(약 3천억 원대)를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 HD한국조선해양도 같은 해 3,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올해 1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도 지분 투자로 합류했다. 이번 방한은 4년 전 투자가 실제 계약으로 돌아온 장면이다.
이 구도는 반도체 파운드리와 닮았다. 애플이 칩을 설계하고 TSMC가 만드는 것처럼, 테라파워가 설계하고 한국이 만드는 구조다. 설계 도면은 복제할 수 있어도 수십 년 쌓인 제조 숙련은 복제되지 않는다. 95점짜리 설계보다 기한 안에 나오는 90점짜리 실물이 귀한 시대다.
어떤 한국 기업들이 얽혀 있나
2026년 8월 기준 확정된 계약과 협력의 주체는 HD현대중공업, 두산에너빌리티, SK, 현대건설 네 곳이다. 세부 내용은 테라파워 공식 발표에 정리돼 있다(https://www.terrapower.com/TerraPower-Announces-Key-Commercialization-Agreements-for-Natrium-Plants-with-Korean-Counterp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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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 역할 | 세부 내용 |
|---|---|---|
| HD현대중공업 | 원자로 용기 및 격납 시스템 제작 | 2024년 말 케머러 1호기 원자로 용기 수주, 이번에 원자로 격납 시스템(RES) 부품 우선 제작사로 지정, 연간 2~3기 공급 체계 구축이 목표 |
| 두산에너빌리티 | 핵심 부품 제작 | 원자로 보호용기(가드베셀), 내부구조물, 지지구조물 제작 계약 |
| SK | 2대 주주·사업 협력 | 이번 방한에서 글로벌 공동 사업 추진을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에 서명 |
| 현대건설 | 설계·제작·시공 통합 협력 | HD현대·테라파워와 다수기 공급 협력 체계 구축 |
투자 관점에서 짚어야 할 것은 지금 확정된 물량이 첫 호기 중심이라는 점이다. ‘연간 2~3기’는 목표일 뿐 확정 수주가 아니며, 계약 규모와 일정은 프로젝트 진행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뉴스 제목만 보고 판단하면 체감과 다를 수 있다.
SMR에 시선이 쏠리는 진짜 이유 — AI 데이터센터
빅테크가 원전으로 돌아온 배경은 AI 전력 수요 급증이다. 24시간 끊기지 않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며, 태양광처럼 날씨를 타지 않는 전력원이 필요한데, 이 세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사실상 유일한 답이 원자력이라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 구분 | 대형 원전 | SMR(나트륨 기준) |
|---|---|---|
| 출력 | 1,000~1,400MW | 345MW(저장 가동 시 500MW) |
| 건설 방식 | 현장 시공 중심 | 공장 제작 모듈 조립 |
| 입지 | 해안 등 제약 큼 | 내륙·폐광촌도 가능 |
| 약점 | 긴 공기, 큰 초기 비용 | 첫 호기 비용 상승, 규제 선례 부족 |
약점도 동일한 무게로 봐야 한다. 케머러 1호기 사업비는 약 40억 달러 규모로 알려져 있는데, 통상 첫 호기는 원가가 높게 잡힌다. 연료 역시 관문이다. 나트륨은 고순도 저농축우라늄(HALEU)을 쓰는데, 러시아산 공급이 끊기면서 상업 가동 목표가 당초 2028년에서 2030년으로 한 차례 밀렸다. 이 연료 공급망은 지금도 미국이 서둘러 확충하는 중이다.
그래서 언제쯤 현실이 되나
목표는 2030년 전후 상업운전이며(2026년 8월 기준), 건설 인력 약 1,600명이 투입되고 가동 후 상시 고용은 250명 규모다. 남은 관문은 건설 공정 유지, HALEU 연료 확보, NRC 운영허가 심사 통과 세 가지다.
이 사업이 한국 제조업의 위치를 다시 보여준 사례라는 점도 짚을 만하다. 원천 기술이 없다고 아쉬워하던 시절이 길었지만, 정작 세계에서 가장 귀해진 것은 도면을 실물로 바꾸는 손이었다. 설계의 시대에서 실행의 시대로 넘어가는 흐름이며, 다만 첫 호기가 실제로 돌기 전까지는 기대만큼 경계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
핵심 체크리스트
- 발표 문구 확인 — ‘계약 체결’인지 ‘협력 논의’인지 구분한다. 단어에 따라 뉴스의 무게가 달라진다.
- NRC 심사 단계 추적 — 건설허가는 이미 받았고, 다음 관문은 운영허가 심사다.
- 실적 반영 시점 인지 — 기기 제작 매출은 계약 후 수년에 걸쳐 분할 반영된다.
- HALEU 연료 공급망 동향 점검 — 연료 확보 지연이 상업 가동 일정(현재 목표 2030년)을 재차 미룰 수 있는 최대 변수다.
- 물량 규모 재확인 — ‘연간 2~3기’는 확정 수주가 아닌 목표치임을 감안해 계약 발표를 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