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매창을 열었더니 대기번호가 네 자리로 뜨더라는 이야기, 요즘 주변에서 꽤 자주 들려요.
‘오디세이’ 아이맥스 예매가 이렇게까지 어려워진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국내 아이맥스가 다 같은 아이맥스가 아니거든요. 놀런 감독은 172분 전 분량을 아이맥스 70mm 필름 카메라로 찍었고, 그 원본 화면비 1.43:1을 그대로 띄우는 국내 상영관은 CGV 용산아이파크몰 한 곳뿐이에요. 나머지 아이맥스관은 1.90:1이라 화면 위아래가 잘려 나옵니다. 수요는 전국에서 몰리는데 공급은 624석짜리 한 관. 그래서 서울 사람이 대전행 KTX를 타는 장면이 나오는 거예요.
그럼 반나절을 들이는 원정이 정말 남는 선택일까요. 비용과 시간을 따져 보면 답이 갈립니다.
왜 같은 아이맥스인데 굳이 다른 도시까지 갈까
전국 아이맥스 상영관은 27개, 이 중 수도권이 14개고 비수도권이 13개예요. 숫자만 보면 지방이 아쉬워 보이는데, 실제로 벌어지는 건 반대 방향의 이동입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대학생 신명호(25)씨는 지난 8일 ‘오디세이’를 보려고 KTX를 타고 대전으로 내려갔어요. “서울에서 오디세이를 아이맥스로 보려면 최소 2주는 기다려야 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자리도 화면을 제대로 보기 힘든 맨 앞자리뿐이라 대전까지 내려왔다”는 게 신씨의 설명입니다.

광주는 사정이 더 답답해요. 광주권 유일의 아이맥스관이던 CGV 광주터미널점이 지난해 3월 운영을 종료한 뒤로 광주에는 아이맥스가 한 곳도 없습니다. 그래서 순천신대점(213석)이나 전주효자점(373석)까지 나가는 분들이 늘었어요. 광주 시민에게는 원정이 선택이 아니라 기본값이 된 셈이죠.
원정을 만드는 진짜 원인은 화면비입니다. 필름 원본 1.43:1은 우리가 익숙한 와이드 화면보다 훨씬 정사각형에 가까워요. 가로가 아니라 세로가 길다는 뜻입니다. 이 비율로 찍은 장면을 1.90:1 관에서 틀면 위아래 정보가 사라져요. 참고로 70mm 필름을 실제로 영사하는 상영관은 전 세계에 41곳뿐이고, 한국에는 필름 상영관이 없어요. 용산은 필름 대신 디지털로 1.43:1을 구현하는 방식이라, 국내에서는 원본에 가장 가까운 선택지가 됩니다.
오디세이 아이맥스 예매, 언제 열리고 어떻게 잡나
예매는 회차가 한꺼번에 풀리지 않고 구간별로 열립니다. 지난 7일에 19~25일 상영분이 풀렸을 때 CGV 앱 접속 대기자가 9000명대까지 올라갔어요. 8월 중순 기준으로 용산 아이맥스는 예매 가능한 보름 뒤까지 하루 6회차 624석이 전석 매진 상태였습니다. 아침 7시 회차부터 자정을 넘긴 12시 30분 회차까지 빈자리가 없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 건 화려한 요령이 아니라 사전 준비예요.
- 결제수단·간편결제·통신사 할인 정보를 미리 등록해 두기 (결제 단계에서 초를 잃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 목표 회차를 1순위만 두지 말고 후보 3개까지 정해 두기
- PC와 모바일 앱을 동시에 대기시켜 두기
- 상영 20분 전까지는 취소 수수료 없이 취소가 되니, 그 직전 시간대에 취소표를 확인하기
- 서울이 막히면 같은 날 다른 지역 관의 좌석표를 함께 열어 두기
암표는 손대지 않는 편이 좋아요. 시간대·요일에 따라 1만7000~2만2000원인 좌석이 티켓 양도 플랫폼에서 12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정가의 대여섯 배죠. 정작 놀런 감독 본인은 “일반 상영관에서도 아이맥스 촬영 작품의 장점을 완벽히 누릴 수 있다”고 말했어요. 만든 사람이 직접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점은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합니다.
좌석은 앞이 나을까 뒤가 나을까
1.43:1 관에서는 화면 ‘너비’보다 ‘높이’를 기준으로 잡는 편이 편해요. 세로가 긴 화면이라 앞줄에 앉으면 172분 내내 고개를 들고 있어야 하거든요.
앞줄 후기가 그래서 사납습니다. “3시간 내내 턱만 보였다”, “턱디세이”, “목 아파서 맨 앞은 절대 안 간다” 같은 반응이 실제로 돌았어요. 무난한 쪽은 전체 좌석 열의 중간보다 살짝 뒤, 좌우로는 정중앙 축입니다. 물론 압도감을 원해서 일부러 앞을 고르는 분들도 있어요. 취향의 영역이긴 합니다.
원정 관람, 실제로 얼마나 드나
| 항목 | 서울 용산 아이맥스 | 타지역 아이맥스 원정 |
|---|---|---|
| 화면비 | 1.43:1 (국내 유일) | 1.90:1 (상하 일부 잘림) |
| 티켓 정가 | 1만7000~2만2000원 | 아이맥스 기준 비슷한 수준 |
| 예매 난이도 | 보름 뒤까지 전석 매진, 앱 대기 9000명대 | 상대적으로 여유 |
| 남는 좌석 | 맨 앞줄 위주 | 중앙열 선택 가능 |
| 이동 | 시내 이동 | KTX 서울–대전 편도 평균 52분 + 왕복 운임 |
표를 보면 티켓 차액은 거의 없어요. 원정 비용의 대부분은 교통비와 반나절이라는 시간값입니다.
그리고 조금 냉정한 사실이 하나 있어요. 대전으로 내려가도 그 관 역시 1.90:1입니다. 즉 원정으로 얻는 건 ‘원본 화면비’가 아니라 ‘앞줄이 아닌 자리’예요. 1.43:1을 원한다면 목적지는 결국 용산 한 곳이고요.

원정으로 사는 건 화면비가 아니라, 제대로 보이는 좌석이에요.
원정까지는 부담스럽다면
개봉 초기를 피하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 ‘오디세이’는 8월 5일 개봉해 6일 만에 200만을 넘겼고, 13일 기준 누적 261만명을 기록했어요. 10일 기준으로는 누적 213만명 중 10.5%인 22만여명이 아이맥스에서 봤습니다. 아이맥스관이 전체 스크린의 1.1%뿐이라는 걸 생각하면, 좁은 문에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 개봉 2~3주 차 평일 조조·심야 회차 노리기
- 상영 20분 전 취소표 확인하기
- 스크린이 상대적으로 작아 자리가 남는 편인 관 고려하기 (CGV 천호 24.7m×18.7m, 왕십리 22m×13.3m)
- 부산이라면 센텀시티에 새로 문을 연 국내 두 번째 크기의 아이맥스 스크린도 후보
- 아이맥스가 아닌 대형 특별관, 그리고 재상영 시즌 기다리기

이 열풍이 반짝하고 끝날 것 같지는 않아요. 올해 상반기 특수상영 매출은 4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3% 늘었고, 극장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9%가 됐거든요. 그중 아이맥스가 195억원, 특수상영 매출의 42.5%를 가져갔습니다. 관객이 ‘보는 것’에서 ‘겪는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예매 전에 이 정도만 확인해 두면 헛걸음이 줄어요.
- 목표 관의 화면비가 1.43:1인지 1.90:1인지
- 회차 후보 3개와 결제수단 사전 등록 여부
- 좌석이 중앙열인지, 앞줄 잔여석인지
- 원정이라면 상영 종료 시각과 막차 시간의 간격
- 취소표를 노릴 시간대를 정해 뒀는지
같은 영화를 대여섯 배 값 주고 앞줄에서 목 아프게 보느니 한 시간 내려가서 중앙에 앉겠다는 분도 있고, 동네 관에서 편하게 보겠다는 분도 있어요. 어느 쪽이든 틀린 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당신이라면 반나절을 이동에 쓰고 제대로 보이는 자리를 얻는 쪽일까요, 가까운 관에서 가볍게 즐기는 쪽일까요?
참고: 경향신문 — 영화관 티켓이 11만원 암표에 사이트 대기는 9000번대 / MBC 뉴스데스크 — ‘오디세이’ 아이맥스 전석 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