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어린이정원은 2025년 12월 30일부터 사전예약 없이 들어갈 수 있어요. 그전에는 누리집에서 예약을 하고 관람일에 신분증까지 챙겨야 했거든요. 절차가 사라진 뒤에 가 보니 정문을 지나 바로 잔디밭이 펼쳐지더라고요. 한쪽에는 미군이 쓰던 낡은 건물과 철제 담장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비어 있는 땅이 남아 있었나 싶은 기분.
잔디밭에 아파트를 짓는다는 이야기가 2026년 8월 초부터 나왔어요. 결론부터 정리할게요. 2026년 8월 9일 기준으로 용산공원 주택 공급은 확정된 계획이 아니에요. 국토교통부는 8월 4일 “용산어린이정원 일대를 주택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은 전혀 확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어요. 거론되는 땅도 공원 전체가 아니라 어린이정원 일대 약 30만㎡고요. 그런데도 오세훈 서울시장과 용산구, 인근 주민이 이렇게까지 반발하는 건 이 부지가 법으로 ‘공원 말고는 쓸 수 없게’ 묶여 있기 때문이에요. 그럼 법만 고치면 지을 수 있는 걸까요.
검토 단계와 확정 계획의 차이
2026년 8월 9일 기준 용산어린이정원 주택 공급은 정부 내부 검토 단계예요. 이미 발표된 대책에 담긴 확정 물량이 아니에요.
시점을 보면 흐름이 잡혀요. 이재명 대통령은 남미 순방에서 돌아온 8월 3일 1차 부동산 정책 점검 회의를 7시간 30분 동안 비공개로 열었어요. 8월 7일에는 2차 회의를 다시 6시간 넘게 이어갔고요. 그린벨트 해제와 유휴부지 발굴을 묶어 ‘5만 가구+α’를 목표로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린이정원은 그 안에서 추가 카드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태예요.
기사마다 숫자가 다른 것도 아직 확정이 아니라는 신호예요. 어떤 매체는 소형 위주로 촘촘히 개발하면 3,000~4,000가구, 다른 매체는 용적률과 주택 유형에 따라 5,000~7,000가구까지 본다고 전했어요. 같은 땅을 두고 추정치가 두 배 가까이 벌어진다는 건, 실제로 집을 놓을 수 있는 순수 가용면적조차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봐요.
용산어린이정원과 용산공원, 같은 땅 다른 이름
용산어린이정원은 미군에게 반환받은 용산기지 부지 일부를 2023년 5월부터 임시로 개방한 공간이에요. 용산공원은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에 따라 조성하기로 되어 있는 국가공원이고요. 이름은 둘이지만 땅은 하나예요.
규모를 견줘 보면 감이 잡혀요. 용산공원 조성지구는 약 300만㎡, 지금 거론되는 어린이정원 일대는 약 30만㎡. 대략 10분의 1이에요. “전체를 미는 게 아니라 일부”라는 정부 쪽 설명과 “공원이 깎이는 건 되돌릴 수 없다”는 반대 쪽 주장이 같은 숫자를 놓고 정반대로 갈리는 지점이에요.

한 가지 더. 용산기지는 아직 전부 반환된 상태가 아니에요. 미군기지 시절 오염 탓에 어린이정원도 일부 구간만 열려 있고요. 완성된 설계도에서 한 조각을 떼어내자는 논의가 아니라, 그림을 다 그리기도 전에 한 귀퉁이의 용도를 먼저 정하자는 논의에 가까워요.
왜 하필 이 땅인가 — 용산공원 주택 공급 카드가 나온 배경
공급하는 쪽에서 보면 조건이 좋아요. 국유지라 토지 보상이나 수용 절차가 필요 없고, 서울 도심 한복판이라 입지도 남다르거든요. 사업비에서 땅값이 빠지는 것만으로도 속도와 분양가 양쪽에 여유가 생기는 구조예요.
규제도 한 겹 걷혔어요. 국방부는 2026년 7월 21일 전국 2,916만㎡ 규모의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해제·완화하면서, 용산어린이정원에 설정돼 있던 제한보호구역 13만7,000㎡를 전면 해제했어요. 건축·개발 단계에서 걸리던 군사 규제가 상당히 줄어든 셈이에요. 이 발표 2주 뒤에 주택 검토설이 터져 나왔으니, 두 사안을 이어 붙여 보는 시선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봐요.
용산은 이미 공급 계획이 겹겹이 쌓인 곳이에요. 2026년 1월 29일 대책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는 6,000가구에서 1만 가구로, 캠프킴 부지는 1,400가구에서 2,500가구로 늘었어요. 용산구 일대 배정 물량만 1만3,501호. 착공 목표는 용산국제업무지구와 501정보대 부지가 2028년, 캠프킴이 2029년이에요. 여기에 어린이정원까지 더하자는 게 지금 논의고요. 서울 도심에 남은 큰 땅이 사실상 여기밖에 없다는 현실이 이 이야기를 자꾸 불러오는 것 같아요.

서울시와 주민이 반발하는 이유
오세훈 서울시장은 2026년 8월 6일 서울시청 토론회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용산공원은 일부라도 주택 공급 용도로 쓸 수 없다고 못 박았어요. 서울의 녹지 면적을 지키는 게 시장의 책무라는 말도 덧붙였고요. 같은 날 용산구도 “공원의 정체성과 미래 가치를 저해한다”며 반대 입장을 내고 국가정원 조성을 요구했어요.
주민 쪽 움직임은 더 빨랐어요. 1,000여 명이 모인 용산공원지키기 주민모임은 8월 8일 어린이정원 인근에 반대 화환 300개를 세웠어요.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만든 화환이 담장을 따라 늘어선 풍경이었죠.

반발 근거를 정리하면 이래요.
- 특별법이 정한 국가공원 조성 취지가 흔들린다는 점
- 한 번 건물이 들어서면 공원 면적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비가역성
- 옛 미군기지라 토양오염 조사와 정화가 먼저 끝나야 한다는 점
- 도심 인구 유입에 따른 교통·기반시설 부담
- 반환도 안 끝난 임시 개방 상태에서 용도부터 바꾸는 절차적 정당성 문제
여기에 조망과 집값이라는 현실적인 이해도 섞여 있어요.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공원이 잘 조성돼 있다는 점이 이 일대 아파트값을 떠받쳐 왔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공원을 지키자는 명분과 자산 가치라는 이해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셈인데, 그래서 반대 목소리가 더 단단하게 뭉치는 면도 있다고 봐요.
| 쟁점 | 정부 쪽 논리 | 서울시·주민 쪽 논리 |
|---|---|---|
| 땅의 성격 | 서울 도심에 남은 대규모 국유지 | 특별법으로 공원 용도가 정해진 땅 |
| 공급 효과 | 보상·수용 없이 빠른 착수 가능 | 정화와 법 개정 감안하면 결코 빠르지 않음 |
| 면적 | 조성지구 300만㎡의 약 10분의 1 | 한 번 깎이면 되돌릴 수 없는 면적 |
| 절차 | 선 정화, 후 협상 | 반환·정화 완료 뒤 논의해도 늦지 않음 |
법과 절차 — 지금 법으로 지을 수 있나
지금 법으로는 못 지어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제4조 제2항은 국가가 본체부지 전체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함을 원칙으로 하고, 본체부지를 공원 외의 목적으로 용도변경하거나 매각 등 처분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거든요. 주택을 지으려면 법을 고치거나 공공주택 예외 조항을 새로 넣어야 해요. 김이탁 국토교통부 1차관도 아파트를 지으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언급했고요.
개정 논의 자체는 이미 국회에 올라가 있어요. 캠프킴 등 복합시설조성지구의 설계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하자는 개정안이 계류 중인데, 본회의 문턱을 못 넘으면서 기존 용산 공급 계획까지 함께 밀리고 있는 상황이에요. 어린이정원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무거운 본체부지 문제라 관문이 더 높아요.

정부가 내놓은 접근은 ‘선 정화, 후 협상’이에요. 오염 토양을 외부 시설로 반출해 먼저 정화하고, 활용 방안은 그다음에 협의하자는 순서죠. 정화를 앞당기는 것 자체는 공원으로 쓰든 주택으로 쓰든 어차피 필요한 일이라 반대가 적은 편이에요.
정리하면 넘어야 할 관문이 이렇게 남아요.
- 미군기지 잔여 구역 반환 협의
- 부지별 토양오염 조사와 정화
- 특별법 개정 또는 예외 조항 신설(국회 본회의 통과 필요)
- 공원조성계획·도시계획 변경 절차
- 지구 지정, 설계, 착공
법 개정 하나만 해도 국회 문턱이 있고, 정화는 물리적인 시간이 걸려요. 이미 법 개정을 기다리는 캠프킴이 2029년 착공 목표라는 걸 떠올려 보면, 어린이정원은 결정이 나더라도 그보다 뒤에 설 수밖에 없어요. 오늘 정하면 내년에 삽을 뜨는 구조가 아니에요.
뉴스를 볼 때 구분하면 좋은 네 가지
관심 있게 지켜보실 분들을 위해 짚어둘게요.
- 검토인가 확정인가: ‘거론’, ‘검토’와 ‘대책에 포함’, ‘지구 지정’은 완전히 다른 단계예요.
- 어느 구역인가: 용산공원 300만㎡ 전체인지, 어린이정원 약 30만㎡인지 확인해 보세요.
- 법 절차를 언급했는가: 특별법 개정 이야기가 없는 기사면 관문을 건너뛴 전망일 가능성이 높아요.
- 누가 말했는가: 국토교통부 공식 발표인지, 관계자 발언인지, 익명 취재인지에 따라 무게가 달라요.
확인은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와 서울시 발표를 직접 보는 편이 빨라요. 실제 사업으로 넘어가면 주민 공람과 의견 제출 절차가 따로 열리니, 그때 의견 내는 방법도 함께 안내될 거예요. 흐름을 잡고 싶다면 국토부의 ‘확정된 바 없다’ 입장을 다룬 기사와 근조화환이 늘어선 현장을 담은 기사를 나란히 보시면 온도차가 보여요.
2023년 5월 임시 개방을 시작한 뒤 누적 방문객은 180만 명을 넘었어요. 예약하고 신분증까지 챙겨야 하던 시절에 쌓인 숫자예요.

서울 도심에 집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고, 한 번 사라진 공원이 돌아오지 않는 것도 사실이에요. 둘 다 사실이라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